상품개발팀 백엔드 개발자 김범수입니다.

최근 사내 컨퍼런스에서 **「왜 일하는가」**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기술 이야기도 아니고, 코드나 아키텍처 얘기도 아니라서 조금은 의외라고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그 발표 내용을 조금 더 편한 글의 형태로 풀어본 기록입니다.

개발 이야기가 아닌데, 왜 이 이야기를 하게 됐을까

저는 개발이라는 일이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기능을 만들더라도, 같은 코드를 작성하더라도 그 과정의 깊이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느껴왔습니다.

한 번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기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집니다. 누가 시켜서 알아보는 게 아니라, 관심이 생기니까 보이기 시작하는 거죠.

저에게는 일이 조금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일에 애정이 생기고 나서부터 개발이 더 궁금해졌고, “왜 이렇게 했을까?”,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게 됐습니다.

이 글은 그 질문들의 연장선입니다.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정리하려는 글은 아니고, 제가 일을 하면서 실제로 겪었던 경험과 그때 들었던 생각을 그대로 적어보려 합니다.

우리는 왜 일할까

우리는 왜 일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가족을 위해서일 수도 있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일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은 아마도 **“돈을 벌기 위해서”**일 것 같습니다. 생활을 유지하려면 소득이 필요하고, 그 소득을 얻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일이니까요.

이 생각이 틀렸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활동을 정말로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봐도 괜찮을까?

사실 일을 하다 보면 이 질문을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하루는 잘 흘러갑니다. 해야 할 일은 계속 생기고, 일정은 정해져 있고, 눈앞의 이슈를 해결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곤 합니다.

그런 하루가 반복되다 보니 마음 한쪽에 이런 생각이 남았습니다.

“나는 이 일을 하고 있긴 한데, 이 시간을 통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그 시기에 저는 『왜 일하는가』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일이 나를 바꾸는 순간

책에서 가장 오래 남았던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노동의 진짜 의미는 자기가 맡은 일을 달성하고 실적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의 내면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나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작년 9월, 한 스프린트 기간 동안 업무를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스프린트 회고 시간에 그 아쉬운 점을 꽤 길게 정리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문제는 표현 방식이었습니다. 제가 전하려던 의도와는 다르게 마치 특정 팀을 비판하거나 질책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 말을 해버렸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 헤드님과 책임님 두 분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저는 중요한 걸 하나 배웠습니다.

협업에서는 기술만큼이나 말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

그 이후 회의에 함께했던 분들께 표현이 적절하지 못했던 점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사과를 드렸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일이라는 게 단순히 결과를 만들어내는 행위가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고 다듬게 만드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직은 원래 있는 걸까

이 경험 이후로 하나의 질문이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천직은 정말 존재할까?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이 어딘가에 이미 있고, 그 일을 찾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행복하고 의미 있게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천직은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고 몰입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비슷했습니다.

입사 후 첫 3개월 동안 입사 전에는 그렇게 좋아했던 코딩이 막상 일이 되자 저와 잘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습니다. 퇴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내가, 다른 일을 한다고 해서 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어차피 시작한 일이라면 이왕 하는 김에 이 일을 제대로 좋아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환경이나 직무를 바꾸기 전에 제 태도부터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질문이 바뀌자 보이기 시작한 것들

그 이후로 업무 속에서 배울 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코드 한 줄에도 “왜 이렇게 짜였을까?” 하고 한 번 더 보게 되었고, 회의에서 오가는 동료의 한마디에도 “아, 이런 관점도 있구나” 하고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일은 이전보다 훨씬 또렷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 일이 나에게 맞는가”*보다는 *“어제보다 내가 조금 나아졌는가”*를 더 자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천직을 찾은 것이 아니라, 천직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저는 개발자가 천직인 것 같아요.”

처음부터 그렇게 느꼈던 것도 아니고, 지금도 모든 순간이 즐겁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이 일을 하면서 계속 배우고 있고, 어제보다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이 저를 이 자리에 붙잡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것

이전에는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가 주로 보상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느낍니다.

어쩌면 돈은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연료 같은 역할일 뿐이고, 그 일의 진짜 가치는 일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요.

같은 일을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반복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경험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제 일의 가치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코드 한 줄, 문서 한 장, 대화 한 마디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경력이 되고, 삶이 되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일도 각자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